1. [물은 답을 알고 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농성투쟁이 100일을 넘겼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투쟁 95일차에 구광모 LG그룹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LG트윈타워 앞에서 텐트농성에 돌입했다.

그리고 돌아온 것은, 이 빌어먹을 자본주의 세상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모습들이었다. LG그룹의 계열사 S&I코퍼레이션의 직원들은 언제나처럼 용역깡패가 되어 노동자들의 천막을 부수고 짓밟았다. 이러한 폭력행위 앞에서 경찰은, 국가폭력은 그들의 참된 주인인 자본 앞에 고개를 조아렸다. 그들은 자본의 폭력을 말리기는커녕, 노동자들의 절규를 “불법집회”라고, “방역지침 위반”이라고 몰아세우며 노동자들을 막아세우기에 급급했다. 용역깡패들은 노동자들이 겨우겨우 세워낸 텐트 농성장에 물을 뿌렸다. 봄이라고 해도 밤의 기온은 여전히 한 자리 수에 머무는 지금, 5-60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장에, 차가운 물을 뿌렸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된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자기 얼굴한번 보자고 출근길에 텐트를 친 청소노동자들을 굽어살피시며, 헬기로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우리가 졌다. 지금 이 세상의 주인은 너희 자본가들이 분명했던 것 같다. 노무현과 이명박과 박근혜가 그토록 애용하던 물대포가, 이제는 자본가들의 손에 쥐어진 수도호스로 바뀌었지만, 그 방향은 바뀌지 않고 여전히 투쟁하는 인민대중을 향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의 목소리조차 닿지 않을 저 하늘 위를 나는 헬리콥터 위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을 가소롭게 바라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대중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LG자본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물을 뿌려도, 폭력으로 텐트를 짓밟아도, 노동대중은 다시금 텐트를 치고, 저들의 바리케이드를 걷어내고, 더욱 더 가열차게 투쟁하고, 더욱더 그들의 심장부로 다가갔다.

그리고 3월 26일,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101일을 맞이한 날 열린 LG그룹 주주총회장에, 그룹의 총수인 구광모는 나타나지 못했다. 우리는 이러한 투쟁들이, 이 세상의 주인님네들을, 그들의 파수견들을, LG그룹 주총장에서 구광모가 그러해야 했던 것처럼, 자신이 차지한 윗자리에서 쫓아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투쟁의 길에 <아나키스트 연대>는 언제고 함께하겠다.


"물에 젖은 농성 텐트..청소노동자들 "사측의 방해 꼼수"" :

https://news.v.daum.net/v/20210323205007656


2. [대충 케장콘 그건 또 뭔..]

지난 2021년 3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이 올라왔다.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즉각 중단해주세요!!!"라는 청원이었다. 청원을 시작한 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에 비혼 출산을 진행한 방송인 사유리 씨의 출연 소식에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비혼 출산이라는 비정상적인 방식이 마치 정상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는 일본 여자를 등장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바람직한 공영방송의 가정상을 제시해주시길 요청한다"고 적었다.

​이번 단평의 제목과 같이, 할 수 있는 말이 사실 많이 없다. 그건 또 뭔... 하는 케장콘 하나를 청원을 제기한 이에게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단평으로나마 이 벙찐 마음을 달래보고자 한다.

우선, 도대체 그놈의 "바람직한 가정상"이라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 것인가? 남성과 여성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부부가 되어 자녀를 출산해 남성이 일을 하고 여성이 집안일을 하는 그런 그림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남성과 여성이 결혼했는데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경우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인가? 아이를 낳지 않고 자신들의 삶에 더 중요도를 두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가? 남성과 남성, 혹은 여성과 여성이 결혼하는 것은 천벌을 받을 일인가?

아니 애초에, 결혼이라는 제도를 벗어나면 사회부적응자인가? 남이사 결혼을 하든 말든, 결혼을 백 번 하든 말든,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든 말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결혼이라는 제도가 그렇게 소중하면 청원인 본인이 한 백 번 결혼하셔서 그들의 아이를 낳아주면 되지 않을까?

공영방송에서 아직 소수인 삶의 모습을 다루면 안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공영방송은 다수(라는 것이 실재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만을 위한 방송이지 '공영' 방송은 아니지 않은가? 청원인은 그렇다면 아직 수적으로 소수를 차지하고 있는 '혼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폐지 요구는 왜 하지 않는 것인가?

굳이 더 말을 길게 늘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정말 "그건 또 뭔.."


"사유리 '슈돌' 출연에...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방송 중단" 靑청원 해프닝" :

https://news.imaeil.com/Broadcast/2021032618423417351


3. [민중의 불길은 총칼로 꺼지지 않는다]

미얀마에서 군부 독재에 대한 민중의 저항이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지난 27일 ‘미얀마 군의 날’에 또다시 무수한 민중의 피가 흘려지고 말았다. 이날 하루에만 사망자가 최소 114명을 넘어서고 다수의 어린아이까지 희생된 최악의 참사다.

그 어떤 정당성도 없는 미얀마 군부가 가진거라곤 그거밖에 없는 총칼을 이용해 그 추악한 정권을 어떻게든 지탱해보려 사방에서 피를 보며 미쳐 날뛰고 있다. 이런 참사를 내놓고도 가증스럽게도 ‘보호자’를 자처하는가? 그 알량한 정권을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고 흘려야 할 것인가.

​하지만 미얀마 민중은 굴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결의하고 학생들은 거리로 나서고 있으며 대중의 저항은 불길이 되어 번지고 있다. 민중의 항쟁은 총칼따위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그들이 불의를 행할수록 민중은 분노할 것이며 투쟁은 더욱 불타오를 것이다.

우리 아나키스트 연대는 이미 말했던바, 저 추악한 군부정권이 쓰러지는 그날까지 한국에서도 미얀마 민중의 투쟁에 끝까지 연대할 것이다.


"미얀마 '국군의 날' 시위대에 최악 유혈진압...하루 사망자 최소 114명" :

https://www.vop.co.kr/A00001558889.html


4. [증오와 혐오는 분노와 투쟁이 아니다.]

세상이 분노로 차 오르고 있다. LH 및 정부 인사들의 추악한 비리에 온 국민이 분개하고 있다. LG와 같이 비열한 자본가들이 청소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하는 현상을 보고 동료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런 분노는 단순히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약속과 달리 최저 임금 상향안이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칭 진보 정치인들과 언론의 기만에 대해 깨달으면서 분노하기 시작하고 있다. 미얀마와 같은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군사 정권과 독재자들이 민중을 학살하기에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분노한다. 서아시아의 무슬림들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 하에 자신들을 폭격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들에게 ‘광신도’와 ‘테러범’이라는 낙인을 찍는 위선적인 서양 정부에 분노한다. 심지어 모든 민중의 눈과 귀, 입을 막는다는 중국에서조차도 선대의 죽어간 공산주의자들이 꿈과 전혀 다른 거짓 사회주의, 국가 자본주의를 알아보기 시작한 노동자들은 분노의 함성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점점 언제 혁명의 불씨가 세계를 삼켜도 이상하지 않은 국면까지 다다른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자본주의의 이름 아래에 무의식적으로 총동맹을 하고 있는 기득권 정치 세력, 자본가들, 국가의 행정은 물론 사법 세력까지 이런 징조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최대한 이런 분노를 거짓된 적에 대한 증오 및 혐오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 미국의 공화당은 흑인/히스패닉 계열과 동양 계열 간의 혐오를 부추기는 동안 민주당은 자신들의 위선을 의심하는 자들을 좌우를 막론하고 대안 우파라며 증오의 낙인을 찍는다. 서양 언론은 여전히 무슬림들의 신앙을 표현의 자유라면서 희롱하고 이들을 비호하는 서양 정부들은 그들의 머리 위에 폭탄을 떨어트리면서 어떻게 미얀마의 독재를 명분삼아 중국을 인민째로 목조를지를 궁리한다. 무슬림의 뒤틀린 종교지도자들은 이를 명분삼아 증오의 테러를 성전으로 포장하며 예언자들의 참된 뜻을 깨닫는 자들을 이단이라 취급하며 억압한다.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이 사회주의라고 속여왔던 국가 자본주의를 들키지 않기 위해 민족주의를 내세우면서 가짜 공산주의를 위해 중국 민중에게 몸을 내던지기를 강요한다. 그리고 당연히 한국의 정부와 기업들이 뒤를 봐주는 언론들도 이런 역겨운 행각에 동참하고 있다. 마침 뒤틀린 중국 공산당을 핑계로 중국 자체를 대상으로 서양 주류들이 혐오몰이를 하는 것에 편승해서 한국의 언론들도 열심히 중국 혐오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행각을 보자니 마치 우리가 심심하면 욕하던 일본 극우 세력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느껴져서 토악질이 나온다.

물론 필자도 역겨운 중국 공산당을 보면서 편하게 중국 통째로 증오하고 싶어하는 심리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매일 아침 9시나 10시에 출근해서 점심 먹는 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최소 8시간 동안 일하고 퇴근하고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별로 쉴 시간도 없는 수많은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이 추악한 세상에 왜이리 추악한 일들이 가득한지 그 원인을 탐구하기에는 너무나도 지친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작정 언론이 가리키는 광기의 달만을 바라봐서는 안된다. 때로는 달을 가리키는 언론의 속뜻까지 파악해야 하며 과연 이것이 진실을 밝히려는 언론인의 투쟁인지 권력자들의 황금 똥구녕을 핥는 추악한 자의 선동인지 구분해야 한다.

화이트 컬러, 블루 컬러, 실직자, 가정 주부, 우리는 모두 같은 노동자이다. 우리는 모두 배부르고 따뜻한 집에서 살고 싶어하고 적당히 일한 후 아늑하게 쉬면서 하루를 마무리 짓고 싶어한다. 흑인, 백인, 아시아인, 아랍인, 히스패닉,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 등 모든 소수 민족까지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다. 사소한 신체적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결국 우리는 너무 추우면 얼어죽고 너무 더우면 열사병에 걸린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도교, 힌두교, 심지어 무교조차도 모두 남을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라는 나름의 보편적인 도덕을 지니고 있다. 이런 우리들끼리 서로 증오하고 혐오하는 것은 절대로 정당한 분노가 아니며 적절한 투쟁이 아니다. 우리들끼리는 다소 어렵더라도 사랑과 관용을 통해 서로를 이해해야 하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민중이여, 우리에게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는 자들을 향해 분노와 투쟁의 깃발을 들어올려라!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우리들의 따뜻한 집을 빼앗는 자들에게서부터 집을 되찾아라! 고된 노동으로 만든 생산물을 독점하고 우리들에게 쥐꼬리만한 월급만 주는 그들에게서 우리들의 생산물을 되찾아라! 우리에게 혐오를 부추기면서 정작 실제로 사람을 쏴죽인 인종차별자를 은근슬쩍 비호하는 위선자들을 끌어내라! 예수와 무하마드의 진실된 뜻을 왜곡하여 서로에게 폭탄 던지기를 부추기는 거짓된 종교인들을 추방하라! 민중이여, 국가에게서, 자본주의에게서 이 세계를 되찾자!


"중국 검색하면 감염·공포…'짱깨' 혐오표현 사흘만에 31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rights/931870.html

"Vote to Reinsert $15 Minimum Wage in…" :

https://www.kiplinger.com/personal-finance/careers/salaries/602376/vote-to-reinsert-15-minimum-wage-in-stimulus-bill-fails

"Workers' Activism Rises as China's Economy Slow. Xi Ai…" :

https://www.nytimes.com/2019/02/06/world/asia/china-workers-protest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