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가 고인의 띵복을 액션빔]

​이건희가 죽었다. 삼성을 지금까지 '키웠다'고 온 언론이 외친, '초일류 글로벌 기업'을 세웠다고 찬양하는 이건희가 죽었다. 그가 한반도 남쪽 자본주의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자라고 한들, 어찌 됐든 사람이 죽었다. 명복을 빈다. 진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이건희는 한반도 남쪽 사회에 아주 '위대한' 일들을 해주었다. 첫째로, 무노조 경영원칙을 사방팔방 흩뿌리면서 이것이 효율적인 경영원칙이라 자랑스럽게 외쳤다. 둘째로, 정경유착만큼 효과적인 성장수단이 없음을 모두에게 알려주었다. 셋째로, 승계문제로 겨우 살아있던 노인네 하나가 죽은것이 이 시간에도 죽어가는 수많은 일용직, 택배 노동자들의 죽음보다도 더 거대한 일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었다.

지난 12일, 또 다른 택배 노동자가 '너무 힘들다'라는 말을 남기고 죽었다. 이건희가 추한 재벌승계 문제로 호흡기 붙이며 연명하고 있는 사이, 이건희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삼성 회장으로서 살면서 정계에 돈을 뿌리고 사는 사이 노동자들은 '너무 힘들다'는 말을 외치며 죽어갔다. 이 이상의 택배 노동자들의 죽음을 멈추기 위한 투쟁이 나온지 고작 이틀도 되지 않아, 모든 언론은 (심지어 진보적 언론이라 자처하는 언론까지도!) 이건희의 사망을 대서특필하며 '건희어천가' 를 외기 시작했다.

죽음은 동등하지 않았고, 누군가의 죽음은 어느새 별 것 아닌, 일상적인 죽음이 되어 묻혔다.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은 '국가적인 사건'이 되어 온갖 정재계, 언론의 이목알 끌게 되었다. 참담한 사건이다. 노동자를 탄압하고 노동조합을 쳐부순 사람이 노동자들의 죽음보다도 더 조명을 받는 이 모순된 사회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것이 한반도 남쪽 인민을 억압하는 대한민국이자, 자본주의이다. 이것이 국가와 자본의 민낯이다.

잘 가라, 이건희. 함께 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부디 구천을 떠돌며 그대가 죽인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속죄하길 바란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6/0010922396?sid=101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1967260?sid=101

2. [소위 ‘진보언론’이라는 환상을 내려놓자]

한 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이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마치 사회문제의 근간이라도 되는 양, 보수언론을 몰아내고 진보언론이 성립하면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들을 품었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안티조선>운동이 시작되었고, 한겨레신문이 창간되고, 경향신문이 민주화되었다.

그리고 대충 20년 즈음이 지났다. <안티조선>운동의 선봉장이었던 진중권 씨는 주간동아에 연재를 시작했고, 딴지일보를 창간하여 보수언론을 독하게 비판하던 김어준 씨는 음모론자가 되었고, 경향신문은 빵집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고 노조탄압과 관련한 기사를 내려주었다. 그리고 한겨레는 LG 본사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의견광고에서, 회장님의 존함과 회장 고모님의 언급을 삭제해달라고 노동조합에 요구했다.

물론 우리는 한겨레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 한겨레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기업이고, 직원들 임금은 챙겨줘야 하고, 그러려면 LG와 같은 대규모 광고 물주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한겨레가 사회 진보에 대한 고고한 이상과, 독재에 대한 혐오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밥은 먹어야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우리는 소위 ‘진보’라 불리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다시 한 번 의구심을 던질 수밖에 없다. 한겨레가 아무리 ‘진보적’인 언론이고, 민자당과 그 후예들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노동자들의 처우에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써내면 무엇하는가. 결국은 경영적 관점에서 투쟁하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데 말이다.

우리는 한겨레가 한국사회 민주화를 향한 투쟁에서 한 몫을 담당하던 동지라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히려 그렇기에, 이러한 상황에서, 단지 사회의 “민주화”만으로, 누가 권력을 잡는지 만으로 어떤 것도 변하지 않음은 더욱 명확하게 보인다. “민주화 투사”마저, 돈 앞에서 자본에 굴복한다면, 그 자본을 타도하기 위한 투쟁은 사회의 “민주화”로, 누가 권력을 잡는가로 결정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우리 <아나키스트 연대>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정치적 권력에 기대지 않은, 현장에 기반한 노동자들의 경제적이고 직접적인 투쟁이 사회의 진정한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914


3. [인도네시아 총파업을 지지한다]

​태국에 이어 인도네시아 역시 최근 난리를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 의회 통과시킨 '일자리 창출 특별법(옴니버스법)' 때문인데, 이는 70여개 법률의 1,200여 조항을 일광 제정 및 개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도네시아 정부, 의회의 주장과 달리 퇴직금 감축, 최저임금 산정방식 변경, 무기한 계약직 허용, 외주 하청 업무 범위 제한 삭제, 유급 출산 휴가 및 생리 휴가 폐지, 퇴직금 삭감, 초과 근무 허용 등 노동자의 권리를 억누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19를 핑계로 시위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려 하고 있으며 이 법이 침체된 인도네시아의 경기를 되살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것이 누구의 배를 불리기 위한 것인지 비슷한 길을 걸어온 우리는 알고 있다.

때문에 아나키스트 연대는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시위에 깊이 공감하며 이를 지지한다. 노동자의 권리는 노동자 스스로의 손으로 지켜내는 것이며, 이를 후퇴시키려는 이들과 손을 잡고 하나씩 하나씩 이를 내어주게 되면 이것을 다시 되찾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부디 인도네시아의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손으로 노동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분쇄해 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http://omn.kr/1pkfg


4. [낙엽쓰는 노예든 수발드는 노예든]

2018년 헌법재판소에서 대체역을 병역 종류로 규정하지 않음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지 2년 만에 대체복무제가 시행된다. 이번에 알려진 대체복무는 교도소 등의 시설에서 근무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것으로 병역의무와 양심 간의 조화를 이루겠다 말하지만, 복무 기간은 군 복무의 2배인 3년에 달하며 필요성이 없음에도 강제적 합숙근무체제를 고수함으로서 사실상의 징벌적 복무체제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대체복무의 방식만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대체복무라는 것 또한 결국 또 하나의 현대판 노예제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감이냐 복무냐를 강요 받으며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잡혀 들어가 어떤 민주적 의사결정도 없이 위계적 규율에 따라 윗 계급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며 그들의 이익에 봉사해야하는 또 하나의 노예제도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방식을 취하는 근거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징병에 응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 사회 또한 지킬 수 없을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대중들이 자기가 속한 체제가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왜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지키려 들지않을 것이며, 또 왜 징병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군대라는 것이 합의된 합리적 규율에 따라 돌아가고 민주적 의사결정제도를 통해 운영되어 민중의 요구에 진실로 복무할 수 있는 집단이라면, 지금처럼 억압적 권위에 따라 계급이 지시하는 것을 따르는 노예와 노예주의 집단이 아니라면 왜 대중들이 이를 기피하겠는가?

결국 이런 강제 징용제도는 대중들의 사회에 대한 자발적 복무 의사에 대한 불신에 근거하는, 자신의 체제가 인민들에게 자발적으로 지키려할만큼 가치있는 것이라는 자신감이 없는 기득권들의 불안에 근거한다. 이번 대체복무는 병역의 합리화가 아니라 그저 병역이라는 이름의 노예제도의 종류가 늘어난 일일 뿐이다. 개인에 대한 국가의 폭력인 모든 종류의 복역제도는 철폐되어야만 하며, 낙엽 쓰는 노예만 선택할 수 있다가 교도소 수발 드는 노예 선택지를 주었다고 대중이 이를 수긍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지어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417&aid=0000609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