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 연대
아연 주간 뉴스 단평 2020-11-23
1. [실패한 정부와 실패한 시장]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답을 찾지 못한채 방황하고 있고 우파들은 이를 시장에 억지로 간섭하려한 결과임을 강조하며 그들이 주장하는 자유시장 원칙에 따라 개입을 그만두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둘 다 틀렸다. 먼저, 문재인 정부가 과연 대중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펴 왔던가? 그들은 입으로만 투기 억제를 외쳤을 뿐 다주택, 건물불로소득 등의 규제에 있어 항상 소극적이었으며 반대로 다주택자들을 막는답시고 입대사업자 지위를 부여해가며 반대로 투기를 조장하기 까지하였다. 공공주택의 공급은 충분치 않았고 토지,건물 자본가들은 결국 건들지도 못한채 그린벨트를 해제하려고까지 시도했다. 정부의 실패는 시장자본을 침범해서가 아닌 그들에게 굴복했기 때문이고 과도한 개입을 해서가 아니라 최소한의 대책조차 못 세웠을 뿐이다.
과연 부동산 정부에 있어 정부에게 걸 수 있는 기대가 있을까? 엥겔스가 ’주택 문제에 관하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주택의 소유문제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노동자 계급이 생존을 위해 직장과의 접근성이 좋은 주택으로의 이주를 항상 강요받는 반면 자본가 계급에 있어 토지와 주택은 그저 또다른 투기적 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국가마저 노동계급에 자비롭지는 않다.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답시고 국가의 임대주택 사업을 수행하는 공기업들 조차도 주택 장사를 하려는 것은 마찬가지다. 주택이 건설 이후로 가치가 늘어나는 바가 없음에도 공공임대 사업주들은 세입자들에게 매년 인상된 보증금으로 재계약을 시키고 물가인상을 핑계로 월납 임대료를 늘린다. 이는 과세나 정부의 공공주택 사업 증대 따위로는 근절할 수 없는 체제 근본적 문제의 사이클이고, 소유 위에 기반한 부르주아 의회체계 내에서 활동하는 그들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결국 노동자 계급의 주거권 문제는 의회주의적 방식이 아니라 오직 노동자 계급의 투쟁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주택의 소유는 그것에 투기를 한 자본가 계급이 아닌 그것을 건설한 노동계급에 있어야만 하며 더 나아가 산업사회에서 서로가 서로에 얽매인 전 노동자들에 있어야만 한다. 부동산 대책은 개입주의나 자유시장 따위가 아닌 노동자계급에 의한 즉각적인 주거의 사회화, 공공화, 공유화에 달려 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1118/104030924/1
2. [이 시국이니까 파업이다]
지난 한 주는 말 그대로 파업의 한 주였다. 공공-민간 영역, 정규직-비정규직, 업종 등을 가리지 않고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파업투쟁이 열렸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도 있었고,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파업도 있었고,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박탈하는 기재부의 지침을 개선하라는 파업도 있었고, 임금인상안 0.1%(월급 2,000원 인상)을 받아들고 존중을 요구하는 파업도 있었다.
그리고 이 파업을 다루는 기사들은 대부분 “이 시국에 파업을 해야 하냐”는 논조를 보였다. 심지어 <한겨레>마저 말이다. 코로나-19 3차 재확산이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완성차 공장에서 파업을 하면 부품 하청 업체가 힘들고, 학교비정규직이 파업을 하면 아이들이 볼모로 잡히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너희는 해고는 안 당하지 않냐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이 시국”들에 정말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대체 노동자가 투쟁을 할 수 있는 “시국”은 언제인가? 노동조합은 언제나 “이 시국에” 파업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경기가 나쁘면 <고통분담>해야 하니 “이 시국에” 파업하지 말라고 한다. 경기가 좋으면 국가의 성장을 위해 <대승적으로>파업하지 말라고 한다.
11월 3주차다. 이 시기는 보통 노동조합이 1년의 임단협을 끝내고, 올라간 임금을 받으며 즐거워하고,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때문에 회의가 어려워서 교섭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코로나 때문에 경기가 어려워서 임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코로나 때문에 집회도 못할텐데 파업 하려면 해보라는 말을 들어왔기에, 지금 “이 시국에” 투쟁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이 시국”이고 “저 시국”이고, 파업을 하고 싶어서 하는 노동자는 단 한 명도 없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코로나로 인한 휴업/무급휴직 등으로 소득이 급감한 와중에, 수십차례의 교섭에도 사측은 턱도 없는 임금안을 들고 나오고, 해고를 협박하고, 지침을 핑계대며 이전 합의사항 불이행을 선언하고, 월급 2,000원 인상안을 받아야 했다. 이런 “시국”이다. “이 시국”에, 노동자들이 파업투쟁 말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 <아나키스트 연대>는 노동자들의 직접행동/직접투쟁/파업투쟁을 지지한다. 동지들의 힘찬 파업투쟁으로, 벌써 수십년째 변함없이 “이 시국” 핑계를 대는 사용자들에게 지금이 어느 시국인지 보여달라.
“노동계급은 단순히 지시받은 일을 하는 것을 멈추고, 모두가 하기로 결정한 일을 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노동계급은 그 적대자들을 모든 권력으로부터 몰아내고, 권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원 빅 유니온>, 세계산업노동자연맹
GM: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28&aid=0002521171
기아자동차: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2&sid2=251&oid=001&aid=0012026832
한국수력원자력: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2&sid2=251&oid=001&aid=0012020950
학교비정규직: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2&sid2=251&oid=001&aid=0012021132
철도비정규직: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2&sid2=251&oid=421&aid=0004995056
국립중앙박물관: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402079
3. [그들만을 위한 공항]
요 근래 정치권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의 설전이 대단한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부산경남 지역 의원들과 그 이외의 지역 의원들 간 알력다툼이 있다고까지 한다. 이걸 두고 민주당은 ‘학교 학생회 정치력’ 보다도 못하다면서 비웃음을 내보였고 말이다. 공항, 분명 필요한 기반시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민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기반시설이, 토목자본과 자본, 정치권에 의해 휘둘려지는 꼴을 우리는 보고 있다.
국민의힘의 처세가 부정의하다거니, 가덕도 신공항의 신자유주의자였던 ‘노’ 씨 성을 가진 대통령의 유산이라느니, 이걸 욕으로 사용하니 에 대해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애초에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되는 데에 ‘인민의 의사’ 는 반영되었느냐가 중요하다.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되고 말고에 대해서 여론조사도 나타나고 있고 하지만, 이는 신공항을 건설하고자 하는 부르주아 세력과 정치세력, 이에 반대하는 부르주아 세력과 정치세력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는 오직 의회민주주의라는 탈을 쓴 부르주아 독재 체제 아래에서의 이윤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인민들은 가면 갈수록 더더욱 그들을 혐오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인민을 대변하기 위해, 대변한답시고 기만적인 투표를 통해서나마 국회로, 그리고 정치권으로 움직인 자들이다. 그런데 정작 인민을 위한답시고 정쟁을 해대는, 인민에게 가장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할 기반시설을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서 굴리는 것을 보라. 입으로는 ‘국민’ 의 이익, 지역주민의 이익을 외치지만 결국 그들 스스로의 정당권력, 자본권력에 복무하고 충성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그 공항, 당신들을 위한 것 아닌가? 그 공항을 만드는 데에 있어 얼마나 많은 건설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복하고 노동을 착취할 것인가? 그 공항을 건설하는 데에 있어 얼마나 많은 프로파간다를 통해 인민대중을 속일 것인가? 그 공항을 건설한 뒤에는 또 어떤 협잡질을 통해 공항으로 이윤을 뽑아먹으면서 인민대중을 기만할 것인가?
우리는 정부, 정치권, 자본이 공항건설에 있어 일절 개입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그리고 공항 건설부지와 지역 등을 인민이 그 스스로 민주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 당신들은 좀 ‘짜져’ 있어라. 당신들이 그 누구보다도 추하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1122500022&wlog_tag3=naver
4. [더 다양한 자기결정권을 상상하자]
최근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는 비혼모의 삶을 결심하여 아이를 낳았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도 비혼 출산에 대한 화두가 던져졌다. 일본에서는 가능한 일이 한국에서는 법률이라는 테두리로 인해 불가능한 것에 대한 비판 역시 제기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이런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물꼬가 트인 데에 대해 사유리 씨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한동안 한국에서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문제가 임신중절을 가능하게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한 가지 주제에 집중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여성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여성이 자신의 이후 삶에 절대적으로 큰 영향을 끼칠 출산에 관한 결정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이제 더 넓은 주제로 우리는 나아가야만 한다. 낙태는 돼, 낙태는 안 돼, 라는 이분법적인 구도, 그리고 수세적인 자기결정권 담론에서 벗어나서 자기결정권의 다양한 면을 보다 폭 넓게, 공세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진정 나의 삶을,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을 어떻게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시선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다양한 자기결정권, 더 다양한 행복의 모습, 더 다양한 삶의 모양을 긍정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함께 고민하며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