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산도 바뀌었건만]

​지난 3월 11일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째가 된 날이었다. 체르노빌 발전소 사고 이래 최대 규모였던 후쿠시마 사고는 유무형의 형태로 일본 사회 전체에 씻기 힘든 상흔을 남겼으며 그 여파는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상태다. 붕괴되어 방사선을 뿜어대고 있는 세 원자로에는 아직까지 접근도 힘든상태며 이를 식히기 위해 매일 나오는 많은 오염수를 감당해야 한다.

그 사고로부터 10년이란 긴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린 얼마나 배웠고 얼마나 바뀌었으며 얼마나 안전해졌는가?

안타깝게도 세 질문에 모두 회의적인 대답만 나올 수 있을 뿐이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문재인 정부는 이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고리 1호기만을 폐쇄시켰을 뿐 마찬가지로 낙후된 2호기의 연장은 꾀하고 있으며 5, 6호기의 건설을 강행하는 등 내뱉었던 말과는 정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다. 안전 문제 또한 변한게 없다. 조선일보와 같은 지배층의 언론들은 항공기가 충돌해도 끄떡 없다며 선전포를 쏟아내지만 실상은 한수원이 지난해 원안위에 제출한 관리서에조차 재해에 의한 광역손상 발생 시 필수안전기능이 유지되지않음이 확인되고 있고 후쿠시마 이후 계획된 후속 안전대책 이행률은 56%에 불과하다. 작년 태풍에 의한 가동중단은 미흡한 안전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대안 에너지에 대한 투자 또한 미비한 상태로 민간 기업에 대한 보조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뀔 시간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강산이 바뀔동안 지배자들은 여전히 바뀌지 못한 모양이다. 다음 10년동안, 진정으로 안전하고 평화적인 에너지로 돌아가는 사회에 닿기 위해선 민중 주도의 변혁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후쿠시마 참사 10년'…"안전한 지구에서 살고 싶어요"" :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38192&ref=A


2. [자꾸 건방지게 뒤지지 마라]

LH 고위 간부들이 계속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3월 12일에는 분당에서 고위 간부가 투신했고, 13일에는 파주에서 또 한 고위 간부가 목을 매 죽었다. 한 곳에서는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한 곳에서는 "국민께 죄송하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되었다.

왜 자꾸 건방지게 죽고 난리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주택을 담당하는 이들이 주택 혹은 택지를 가지고 장난질을 쳐놓고는 그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고 왜 죽어 나가는 것인가? 자기 한 사람만 죽으면 가족들은 앞으로 그 시세 차익을 이용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 금전적 이득을 안겨주어 모든 책임을 다 했으니 이걸로 족하다는 판단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가족만을 생각한 것이지,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으니 그 죽음마저도 일말의 동정마저 받을 길이 없을 것이다.

막말로, 잘못을 할 수도 있다.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인간이기에 잘못을 할 수 있다. 물론 잘못한 것은 다시 되돌릴 수 없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지고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리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또 할 수 있기에 인간의 자유의지와 행동들은 숭고하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 자신 주변의 잘못들을 책임지지도 않고, 잘못을 되돌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죽음으로써 자녀들 혹은 가족에게 계층의 상승을 꾀하고 부의 세습을 기도하는 이들의 망종 짓거리는 재고의 여지없이 침을 뱉어줄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자꾸 건방지게 뒤지지 마라. 당신들의 잘못은 모두가 좋은 환경에서 살 권리를 누리고자 하는 모든 대중이 적절한 때 심판해야할 몫이다. 감히 죽음으로 사죄한다느니 하는 말을 건방지게 꺼내지 말라. 대중은 그런 식으로는 당신들을 용서할 마음이 전혀 없다. 당신들이 지금 해야할 일은 잘못되었던 일들을 바로잡고 모든 대중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을, 당신들의 통장 잔고 늘리려고 머리 굴린 그만큼의 노력보다 더 하는 것이다. 건방지게 자꾸 뒤지지 마라.


"LH 고위간부 경기 분당서 투신…'국민에 죄송' 유서(종합)" :

https://www.yna.co.kr/view/AKR20210312133251004

"파주서도 LH사업본부 간부 숨진 채 발견" :

https://www.yna.co.kr/view/AKR20210313035053060?input=1195m


3. [대충 너무 할말이 없어서 제목도 쓸 게 없다는 제목]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코레일네트웍스, LG트윈타워, 뉴대성운전학원에서 해고당한 1,000명의 노동자들이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 문제에 대하여 집권여당 민주당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촛불투쟁으로 권력을 잡았고 180석 의석을 확보했지만 고달프고 고통스러운 노동자의 삶은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당연하다. 어느 당이 정권을 잡았건, 어떻게 그 정권을 잡았건, 노동자의 고통스러운 삶은 바뀌지 않는다. 국가는 결국 유산계급의 집행위원회이자 경호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결코 자기 주인님인 자본계급의 뜻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이라는 색깔이 다른 4개의 정권이,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달랐던 것은, 노무현이 손배가압류를 청구했다면 이명박은 성을 쌓았고, 박근혜가 물대포를 쏘았다면 문재인은 집회대오를 집에 보내고 구속영장을 보낸 것 뿐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대체 왜, 아직도, 정부가, 집권여당이 책임지라고 하는가. 저들은 책임질 의지도 없고, 책임질 역량도 없다는 것이 명약관화한데 말이다.

제발, 구걸하지 말자. 노동자들 스스로의 힘으로 투쟁하고, 그 투쟁으로 얻어낸 결과를 겸허히 받아안자. 아니. 구걸을 하려고 해도 차라리 한 푼 줄 수 있는 사람한테 하자. 노동조합의 조직이, 투쟁의 역량이, 연대의 힘이 부족하여 강고한 투쟁으로 승리할 수가 없을 것 같다면, 차라리 금호아시아나 박삼구에게, 한국철도공사 손병석에게, LG그룹 구광모에게 무릎을 꿇고 읍소를 하자. 그렇게 노동자들이 스스로 얻어낸 결과만이, 노동자들에게 오롯이 남을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닌가.

정치적 이합집산과 야합과 계급영합은, 그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저들이 실컷 하라고 두자. 저들의 야합에 우리의 요구와 승리를 맡기지 말자. 구걸은, 하지 말자.


""1000명 해고 방치 마라"..해고 노동자들, 박영선에 면담 요청" :

https://news.v.daum.net/v/20210312115405646?x_trkm=t


4. [자본주의 없는 게임 문화란 있을 수 없을까?]

최근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 내에서 판매 중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여러 논란이 불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사건은 어떤 기능은 얼핏 보면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그래도 이론상은 나올 것처럼 묘사되었지만 막상 공개하니 아예 안 나오는 것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좀 직설적으로 비유하자면 돈을 걸고 카드 게임을 할 때, 즉, 도박을 할 때 밑장빼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고 자본주의 체제에 맞게 말하자면 대놓고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공정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가상의 물질에 어마무시한 자본주의적 가치를 부여한다면 그것은 소비자 기만이 아닌가? 한때 그러한 아이템을 소비도 해봤고 비록 잠깐이지만 그러한 아이템을 개발하는 일을 해본 입장에서는 이제와서 되돌이켜 생각해보면 차마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아이템을 만들 수 밖에 없는 게임 개발자들의 심정을 이해하기도 하면서도, 그렇기에 필자는 더더욱 탈자본주의의 중요성을 느낀다. 보통은 이런 개발 환경을 비판하면서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역설하겠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겠다. 왜냐하면 자본주의가 문화 컨텐츠 개발에 주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딱히 사회주의자나 아나키스트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알기 쉽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보다는 탈자본주의한 아나키스트 코뮌에서 문화 컨텐츠, 특히 게임 문화가 어떻게 존재할지 간단한 상상도를 같이 그려보려 한다. 아나키스트 코뮌 사회에서 문화 컨텐츠를 개발하면 무엇이 좋을까? 우선 내가 생각하는 아나코 코뮤니즘의 기준으로 개개인이 하려는 노동과 학습이 코뮌에 필요한 것이라 인정받으면 효율성이나 생산성과는 상관없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재화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코뮌 내에서 청소와 요리를 담당한다면 그 노동의 효율성이나 생산성과는 상관 없이 코뮌 내에서 충분히 노동한다 생각하는 이상 코뮌 내에서 제공하는 의식주 외에도 교육 서비스, 문화 생활 등을 즐길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문화 컨텐츠 생산자 역시 코뮌에서 거부감이 들 정도로 비사회적인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이상 코뮌과 협의하면서 자주적으로 문화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미래의 문화 컨텐츠 풀을 상상해본다면 제작자의 개성이 넘쳐나는 거대한 인디 문화 컨텐츠가 주류가 될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면 거대한 프로젝트는 더 이상 개발이 되지 않는 것인가?” 물론 혁명 직후에는 그럴 수도 있다. 아나키스트 코뮌에 맞춰서 사회구성원의 역할을 민주적이고 자주적이도록 전환하는 과정에서 과학과 기술은 주목을 많이 받는 데에 비해, 문화 생활과 관련된 것들은 기존에 생산된 문화 컨텐츠를 카피레프트에 따라 배포하기, 해당 문화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컴퓨터와 게임기 같은 기기 확보 정도만 주된 관심사로 주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나키스트 코뮌이 점점 안정화되면서 개개인의 제작자들이 독립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더더욱 큰 프로젝트를 생산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느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런 욕구에 동조하는 다른 제작자와 이 제작자가 속한 코뮌들이 모두 모여 논의와 합의를 한 끝에 거대한 프로젝트 제작이 시작될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거대 프로젝트가 완성된다면 그 프로젝트의 산물은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과 자유시장의 탐욕으로만 추진력을 얻어 생산된 문화 컨텐츠와 달리 훨씬 사용자 친화적이면서 개성적인 인류 문명의 자산이 될 것이다.


""메이플스토리, '획득 확률 0%' 아이템 유저에 판매해 논란"" :

https://www.ytn.co.kr/_ln/0103_202103110915014429


5. [언제나 같은 파쇼들의 근황]

미얀마를 지배하고 있는 군부독재, 파쇼세력들이 여전히 패악질을 벌이고 있다. 이전에는 사상자가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군부독재 세력에 의해 사망한 시위대만 하더라도 약 100명에 육박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는 외신과 현지 언론에 확인된 숫자를 감안한 것이기 때문에 분명 실제로는 100명 이상,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군부독재 세력에 의해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미얀마 군부를 옹호하는 소위 ‘반제국주의’를 주창하는 파쇼와 동급인 분들이 계시다. 미얀마에서 치러진 총선은 실제로 엉터리 주먹구구 선거가 맞으며, 시위대의 등 뒤에는 미제가 붙어있고, 맹목적인 혐중감정을 조장한다는 식의 언급을 열변을 토하시며 어떻게든 미얀마 쿠데타의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하신다. 물론 ‘진정한 민주화와 자주독립’을 운운하기는 하지만, 그 분들의 속셈을 누가 모를 줄 아는가. 결국 아무튼 미얀마 군부는 미제에 반대하는 세력이고, 아웅산 수치를 지지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시위대는 미제에 복무하는 세력이란 것이다.

우리 아나키스트 연대는 지난주 일요일, 미얀마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물론 우리는 미얀마 인민대중이 의회민주주의라는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가하기를 바라며, 노동자 대중이 산업현장을 통제하며 군부라는 압제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주독립’을 열렬히 주장하시는 분들과 아마도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미제와 서구 제국주의 세력들에 대해 반대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민중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총을 쏴대는 파쇼세력들을 지지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를 추구하며 더 이상 국가권력에 의해 죽어나가고 싶지 않아하는 민중의 투쟁을 지지한다. 우리는 해외 자본주의 세력 (거기엔 물론 남조선도 포함되어 있다!) 에 빌붙어 노동자를 착취하고 자금을 긁어모으지만 ‘반미반제’를 한다고 어떤 사람들이 주장하는 군부세력에 대해 단호한 반대를 표명할 것이다.

우리 아나키스트 연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힘을 다해 미얀마 민중과 함께 연대할 것이다. 설령 그 군부가 ‘반미반제’를 겉으로 표명한다 할지라도, 자유를 위해 거기에 저항하는 노동자 민중과 함께할 것이다. 틀린 것은 틀린 것이다. 우리를 그 누군가가 소아병이라 부를지라도, 틀린 것은 그저 틀렸을 뿐이다.


“미얀마 쿠데타 규탄시위 또 유혈진압…누적 사망자 100명 육박(종합)” :

https://www.yna.co.kr/view/AKR20210314021951084

“[긴급진단] 미얀마 사태에 대한 고찰 – 단순한 반독재 민주화 시위로만 볼 수 있는가?” :

http://www.minplu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4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