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들은 선거에서 투표하나?

정치에 참여할지 말지는 물론 각개 아나키스트에게 달렸지만, 나는 국가의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아나키와 반대된다는 행동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아나키스트가 투표한다면, 그 행동은 아나키를 추진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그 어떠한 진정한 아나키스트도 자신이 선호하는 정치인을 위해 투표하라고 다른 아나키스트를 압박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정치인을 위한 유세를 펼치는 아나키스트들의 어리석음에 항상 경악한다… 선거기간이 될 때마다, 자칭 아나키스트들이 넷 상의 아나키스트 공간을 침범해 투표하도록 우리를 압박한다. 이들은 항상 “이 정치인을 위해 투표하지 않으면, 상대편이 내 목숨을 위협할 것이다.” “당신이 이 ‘진보’ 통치자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당연히 (소외집단 여기 입력)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내 동지가 될 수 없다!”와 같은 도덕주의적 발언을 일삼는다.

대의민주제에서 정치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은 당신과 당신의 공동체에 대한 그들의 권위를 직접적으로 인정하는 꼴이다. 당신을 통치해달라고 비는 것과 같다. 당신은 투표를 통해 체계와 임기가 지속할 동안 당신의 정치적 대리인이 될 정치인을 모두 인정하게 된다. 그 정치인은 이제 당신을 대변하고, 당신 대신에 선택을 하고, 당신의 이름을 차명하여 행동한다.

정치인을 지지함으로써 당신은 그 통치자가 군림하는 동안 행하는 모든 결정에 대한 지지를 표한다. 그리고 그 정치인이 더 많은 권력을 갖을수록 더 많이 해 끼칠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국가의 대통령을 위해 투표를 한다면, 그는 틀림없이 수없이 많은 사람의 고통과 죽음을 초래할 것이다.

자본주의 아래 변화를 위해 투표할 방법은 없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국가의 체계는 오로지 부유한 지배계층의 이익만을 위해서 존재한다. 당신의 노동을 착취해 계속해서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그 부를 당신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국가를 내부로부터 개혁할 수 있다고 믿는 사회주의자들은 자기들이 아무리 뭐라 해도 아나키스트가 될 수 없다. 많은 민주 사회주의자들은 당신이 그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지지하도록 자신들이 아나키스트라 할 것이다. 심지어는 그들이 지지하는 후보는 당선될 경우 아나키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한다.

민주 사회주의자들은 국가를 개혁을 위한 정당한 매개체로 생각하고 우리가 알맞은 정치인을 뽑기만 한다면 인민을 위해 작동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일방적으로 좀 더 친근한 정책을 지지하고 자신들의 권력을 사회정의실천을 위해 사용하겠다 맹세하는 “진보” 자유주의자들이 이들이다.

다른 한편, 아나키스트들은 모든 권위를 부정하며 그 누구의 통치를 받는 것을 거부한다. 그 통치자가 얼마나 “진보”이던 상관없이. 자기를 아나키스트라 부름과 동시에 당신에게 “더 나은” 통치자나 “덜 한” 악을 선택하라고 하는 자는 당신이나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다.

더 친절한 자유주의자에게 권력을 쥐여주는 것은 처음에는 괜찮아 보이지만, 모든 권위는 절대적으로 타락한다는 간단한 사실을 무시한다. 역사를 통틀어, 그 어떠한 통치자와 복종자의 체계도 우리를 더 자유롭게 만들지 않았다. 모든 지배체계는 순식간에 폭정으로 전락했다. 권력을 양도받은 사람이 그 권력을 사용해 자신의 권위를 확장하지 않으리라 믿는 것은 찰리 브라운이 루시의 축구공을 발로 차려고 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다[1]. 권력은 중독적인 마약이고 그 권력을 쥔 자들은 자기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한, 절대 당신의 이익을 챙겨줄 것이라 믿을 수 없다. 힘을 가진 자들은 힘을 갖지 않은 자들과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표면적으로 어느 체계를 덜 당연하게 부당하도록 “개선” 하는 것은 사실 아나키에 해가 될 수 있다. 혁명가들이 자칭 상냥한 통치자와 타협하고 인정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혁명가들이 지지한 통치자는 순식간에 자신들에게 거대한 힘을 쥐여준 체계에 의해 타락되고 그의 자신감에는 증속 구동이 걸린다. “인민의 대표자”로서 통치자는 자기는 언제나 옳은 일만 하고 그 행동들은 항상 “대의” 또는 “혁명”을 위한 것이라 굳건히 믿게 된다.

혁명가를 지지하고 투표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공을 기념한 뒤 향후 몇 년을 통치자가 임기 동안 저지르는 악행을 자기 자신들에게 정당화하는데 열심히 일한다.

그들은 듣는 이에게 우쭐해 하며 통치자의 억압적인 결정들은 대의를 위한 것이라 설명한다. 통치자는 그저 몇 수 앞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3차원 체스를 두는 것이다; 혁명을 위한 타협은 불가피한 것이다. 개혁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체계가 그래서” 로비스트들의 돈을 받거나 이민자를 추방하거나 가난한 자들을 감금하거나 해외에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제는 체계의 범위 내에서 활동해야 하므로 언젠가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선 우선 충분한 부와 권력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 정치가는 얼마 못 가 체계와 한통속인 나머지 정치가와 다름이 없어진다. 또한 지지자들은 자기 “파벌”을 정당화하기 위해 예전의 모든 혁명적 지향을 버리게 된다. 혁명적 미사여구는 아나키의 직접행동과 상호협력을 대체하고, 선거 유세 당시 사용되던 “사회주의”, “진보”, “혁명” 같은 단어들은 모든 가치와 의미를 잃게 된다. 이는 결국 모두가 사회주의도 나머지 사상과 다를 게 없고 의미 없는 투쟁이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가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다른 사람들도 동참하도록 압박한 이들은 그에게 권력을 쥐여주는데 수행한 역할에 대한 그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민주주의의 요점은 개인의 책임을 무형 불굴의 체계에 전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기관들은 개인은 체계의 승인을 받은 후보 A나 B를 위한 투표를 하는 것 외에는 결정권이 없다고 믿게 하려고 공들인다.

보라, 시민이여, 오로지 체계만이 그대를 부양할 수 있다. 체계를 믿어라. 체계가 최고이다. 체계에 대항하지 말라. 체계에 맞서 싸울 수 없다. 체계에 자유를 요구한다면 언젠간 들어주겠지 -물론 체계가 원한다면. 통치자 B를 위해 당장 투표하라!

아나키스트들이여! 정신을 차리라. 권위는 투표로 해체할 수 없다.

엠마 골드만:

“선거 참여는 당신의 의지와 결정권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으로 아나키의 기본 원칙에 반대된다.”

[1] 찰리 브라운은 찰스 M. 슐츠의 만화 피너츠 (Peanuts)의 주인공이다. 그의 여동생 루시는 찰리가 축구공을 차려고 할 때마다 발 앞에 놓인 공을 치워버리는 반복되는 꽁트를 한다.